솔직히 저는 담석이 이렇게 무서운 병인지 몰랐습니다. 몇 해 전 어머니가 갑자기 식사를 못 하시고 머리가 아프다며 며칠을 앓으셨는데, 처음엔 그냥 소화불량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큰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담석으로 인한 폐혈증, 생존 가능성 30%라는 말이었습니다. 담낭 담도 질환이 이렇게 빠르게 생사의 경계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걸,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담석증, 소화불량인 줄 알았다가 큰코 다칩니다
어머니가 처음 아프셨을 때 저희 가족 모두 "나이 드신 분이 소화가 좀 안 되시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거의 못 드시고, 머리가 아프다 하고, 배가 사르르 아프다 하시고, 더부룩하다 하셨는데도 며칠은 그냥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처음 가신 동네 병원에서도 소화불량 같다며 해열제 처방 후 며칠 더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차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열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들어하셔서 큰 병원으로 이송했고, CT까지 찍고 나서야 담석증(Gallstone Disease)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담석증이란 담즙의 성분이 뭉쳐 돌처럼 굳은 것이 담낭이나 담도 안에 생기는 질환입니다. 문제는 이 돌이 담낭관을 막으면 급성 담낭염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담도까지 막히면 세균이 혈액으로 퍼지는 담도염성 폐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담석 자체는 초기에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만성적인 소화 불량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오거나, 어머니처럼 열이 동반되는 급성 증상으로 악화됩니다. 의료계에서도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가 "이렇게 아픈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통증의 강도가 극심하다고 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이 들어오면 담낭이 저장하던 담즙을 한꺼번에 짜내는데, 이때 담낭 안의 돌이 담낭관을 틀어막으면서 극심한 통증과 염증이 시작됩니다. 제 경험상 이 메커니즘을 미리 알았다면, 어머니가 며칠 동안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아 지금도 아쉽습니다.
- 담석증의 초기 증상: 만성적 소화 불량, 식후 더부룩함, 오른쪽 상복부 불쾌감
- 급성 담낭염으로 악화 시: 극심한 복통, 발열, 구토, 황달
- 가장 위험한 단계: 담도염성 폐혈증 — 세균이 혈액까지 침범하는 상태
- 기름진 음식 섭취 후 증상 악화 가능성 높음
담낭염 치료, 언제 수술하고 언제 지켜봐야 할까요?
어머니의 담석은 담도 내시경 시술로 일부를 제거하고, 항생제로 폐혈증을 잡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졌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회복하셨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담석이 있다고 무조건 수술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경우에 수술을 해야 하는 걸까요?
우선 담석의 위치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집니다. 담낭 안에 있는 돌은 증상이 없으면 경과 관찰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간 밖 담도에 돌이 있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언제든 담도를 막아 응급 상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발견 즉시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담도에 생긴 돌은 담낭처럼 담낭 전체를 잘라내는 게 아니라, 내시경을 통해 담석을 꺼내는 내시경적 담석 제거술로 치료합니다. 내시경적 담석 제거술이란 위를 통해 삽입한 내시경으로 담도 입구를 절개한 뒤 의료용 올가미와 풍선 기구로 돌을 꺼내는 시술입니다.
담낭 용종(Gallbladder Polyp)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담낭 용종이란 담낭 벽에서 자라나는 혹으로, 대부분은 콜레스테롤 성분의 양성 종양이지만 일부는 악성으로 이어집니다. 크기가 1cm 이상이거나 추적 관찰 중 점점 커지는 경우, 혹은 담석을 동반한 경우에는 예방적 담낭 절제술을 권유합니다. 담낭 벽이 두꺼워지는 담낭벽 비후(Gallbladder Wall Thickening)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담낭벽 비후란 정상적으로 1mm 안팎인 담낭 벽이 두꺼워지는 상태로, 공복 시 3mm 이상이면 이상 소견으로 봅니다. 원인이 만성 염증인 경우도 있지만, 담낭암이 진행되어 벽이 두꺼워진 경우도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정보).
제가 지금도 화가 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처음 어머니가 가셨던 동네 병원에서 며칠이나 소화불량으로 보고 방치했다는 점입니다. 꾸준히 다니던 병원이었는데, 열이 동반된 복통을 단순 소화불량으로 넘겨버린 것이 결국 폐혈증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의사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이렇게 가슴에 와닿은 적이 없었습니다. 열이 나면 무조건 빠르게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담당 의사가 나중에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폐혈증까지 가기 전에, 복부 초음파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을 겪고 나서 저는 매년 건강검진을 미루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건강검진, 특히 복부 초음파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담낭 담도 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없거나 너무 경미해서, 초음파 없이는 발견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복부 초음파는 몸속으로 기구를 넣지 않고 담낭과 담도의 구조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담석, 담낭 용종, 담낭벽 비후, 담도 확장 여부 등을 1차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담낭 깊은 부위나 벽 층의 세밀한 변화를 보려면 내시경 초음파(EUS, Endoscopic Ultrasonography)가 필요합니다. EUS란 초음파 기구가 달린 내시경을 위 안으로 삽입해 담낭과 담도를 훨씬 가까이에서 촬영하는 검사로, 담낭벽의 층별 구조나 종양의 침범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담도 확장(Bile Duct Dilatation)도 건강검진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상 소견입니다. 담도 확장이란 담즙이 흘러가는 통로인 담도가 정상 범위(4~6mm)를 초과해 늘어난 상태입니다. 노화로 인한 탄력 저하가 원인인 경우엔 추적 관찰만으로 충분하지만, 담석이나 종양이 아래쪽 담도를 막아서 위쪽이 늘어나는 경우엔 담도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CT나 MRI 정밀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담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으로 담석증 환자는 2017년 대비 4년 만에 50% 가까이 늘었을 만큼 흔한 질환이 됐습니다. 제 경험상 식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담낭 담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석이 있는데 증상이 없으면 그냥 둬도 되나요?
A. 담낭 안에 있는 담석은 증상이 없으면 우선 경과 관찰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간 밖 담도에 돌이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언제든 담도를 막아 급성 담도염이나 폐혈증 같은 응급 상황을 일으킬 수 있어, 발견 즉시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담낭 용종이나 담낭벽 비후가 동반된 경우도 그냥 두면 안 됩니다.
Q. 담석 통증이랑 단순 소화불량,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단순 소화불량은 더부룩함이나 가벼운 복부 불쾌감이지만, 담석으로 인한 담낭 산통은 오른쪽 위 복부나 명치 부위에 참기 어려운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찾아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통증이 심해지거나, 발열과 구역감이 함께 온다면 단순 소화불량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Q. 담낭을 제거하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나요?
A. 담낭은 담즙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제거 후에도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담도를 통해 직접 소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소화 기능 자체는 유지됩니다. 일부에서는 수술 초기에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때 소화가 불편할 수 있으나,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적응됩니다. 담낭 제거 수술은 현재 복강경으로 이루어져 회복도 빠른 편입니다.
Q. 담낭 용종이 발견됐는데,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A. 담낭 용종이 1cm 미만이고 크기 변화가 없다면 정기적인 추적 초음파 검사만으로 경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크기가 1cm 이상이거나, 추적 중 점점 커지는 추세가 확인되거나, 담석과 함께 있어 담낭 벽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예방적 담낭 절제술을 권유합니다. 담낭 용종은 수술 전까지 양성인지 악성인지 조직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험 인자가 있으면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어머니 일을 겪고 나서 제가 가장 크게 후회한 건 "설마 그 정도야 되겠어"라는 안일함이었습니다. 며칠을 소화불량이라고 넘겼던 그 시간이 폐혈증으로 이어졌고, 생존 가능성 30%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담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처음엔 아무런 신호도 없이 커집니다.
정리하면, 발열이 동반된 복통은 절대 집에서 기다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아직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복부 초음파 검사를 챙기는 것이 담낭 담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담낭 용종이나 담낭벽 비후처럼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견은 발견 즉시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지만,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